5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가 개막한 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홀. 미국 스타트업
카본오리진스 부스에서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자 눈앞에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로 구현된 실제 도로와
건물 사이에 배달 로봇 스키피(Skippy)가 등장했습니다. 스키피는 길거리에 누군가가 던져 놓은 쓰레기 봉투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VR 기기를 작동해 스키피가 쓰레기 봉투를 피하도록 조종하자 로봇은 원래 경로대로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카본오리진스 관계자는 실제 도로에서 스키피가 배달하며 겪는 돌발 상황을 재현했다면서 현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배달 로봇을 통제·관리하는 기술이라고 했습니다.
100인치 대화면을 보여주는 AR 안경
올해 CES에서는 최근 글로벌 테크 업계의 주류로 떠오른 메타버스와 증강(AR)·가상현실 관련 기술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은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글로벌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의 첨단 기술을
체험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중국 TCL 부스에는 눈앞에 100인치짜리 대화면을 만들어주는 AR 안경이 등장했습니다.
쓰자마자 바닷속 모습을 영화관에서 보는 듯한 화면이 펼쳐졌다. 기존 AR 기기와 달리 선명도가 높았고, 장시간
착용해도 어지러움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TCL은 “AR글라스로 대화면을 보는 것만 아니라 집 안의 각종 전자기기를 작동할 수 있고, 알람과 스케줄 관리, 사진
찍기, 소셜미디어 공유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업체 뷰직스도 이날 눈앞에 3차원 입체 영상(홀로그램)을 보여주는 일반 안경 형태의
AR글라스를 공개했습니다.
원격수업·재택근무로 각광받고 있는 화상 통화 기술에도 VR이 적용됐습니다. 일본 캐논은 VR 기기를 통해 실제 먼 곳에
있는 상대방과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것처럼 전환해주는 소프트웨어 코코모(Kokomo)를 공개했습니다.
카메라로 촬영한 사용자의 얼굴을 3차원 이미지를 재구성해주는 기술입니다. 캐논은 물고기 눈처럼 생긴 어안렌즈
2개를 이용해 VR용 영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제품도 선보였습니다.
◇가상 세계에서도 감각을 느낀다
가상현실에서 각종 감각을 현실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도 있었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센스글러브는 회색 플라스틱
부품이 손가락 마디마다 붙어있는 햅틱(촉각) 장갑을 선보였다. 장갑을 끼고 가상현실 속 콜라 캔을 쥐니 캔의 부피감
과 촉감이 느껴졌고, 힘을 주니 캔이 구겨지는 느낌이 나며 퍽 하고 터지기도 했다. 일본 스타트업 시프톨은 각종 센서
를 통해 몸의 동작을 데이터로 전달해주는 ‘바디 트래킹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몸에 이 기기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메타버스의 아바타가 내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한국 스타트업 리콘랩스는
현실의 물체를 1분 만에 3D로 스캔해 메타버스 공간으로 옮겨주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현장에 있는 의자를 카메라로 빙 돌려 찍으니 가상현실에 곧바로 똑같은 의자가 등장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CES 부스에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롯데정보통신의 자회사 칼리버스는 전시
부스에서 VR 기기를 활용한 버추얼 콘서트장을 열었습니다. VR 기기를 끼니 눈앞에 걸그룹 콘서트장이 펼쳐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을 소개하기 위해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를 활용했고, LG전자는 작년에 공개한
가상 인간 김래아를 올해 안에 가수로 데뷔시키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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