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결정으로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은 내집마련 일정을 미루고,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월세화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대출 낀 집주인들의 이자 부담이 늘면서 ‘깡통 전세’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아파트 등의 거래 절벽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최근 2년여의 시장 활황으로 매매 시세가 ‘역대 고점’ 수준으로 높은 상황에서, 수요자들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부담 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의 손바뀜은 기준금리가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오른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크게 둔화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와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7.1%, 70.1% 감소했다. 빅스텝으로 금리 인상폭이 더욱 커진 올 하반기에는 지갑 닫는 수요자들이 더욱 늘어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 기준금리가 2.50%까지 오르면 주담대(신규취급액)의 평균 금리는 5.63%에 달했다”며 “집값이 한동안 제자리걸음 하거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요자가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대출로 집을 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시세 면에서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낀 계약이 늘며 전세 거래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자금대출 등의 금리가 오르며 전세에 목돈을 묶어두기가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매달 갚아야 할 전세대출 원리금이 월세보다 많다고 판단한 세입자들은 자발적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찾기도 한다. 이런 월세화는 전세시세를 낮추고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여건을 어렵게 해 매매시세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월 셋째주부터 지난달 마지막주까지 5개월여 연속 하락 또는 보합세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 기간 자기 자본이 부족한 집주인들의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가 성행했던 지역일수록 이런 위험이 크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연립·다세대주택이나 지방 아파트에서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을 경우 보증금을 떼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지불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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