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 가게 한쪽에 놓인 식용유통을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원래도 비쌌는데 더 비싸졌다"며 "식용유값이 자꾸 올라 가게 운영에 부담이 된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발(發) 국제 물류대란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식용유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팜유 수입량은 6만2192t, 수입액은 9038만달러를 기록했다. t당 가격이 1453달러인 셈인데 관세청이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t당 가격이 1400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종전 최고치는 작년 12월 1351달러다.
팜유는 전세계에서 인도네시아가 가장 많이 수출 중인 상품이다. 생산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해바라기씨유의 대체재인 까닭에 최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해바라기씨유 최대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팜유와 해바라기씨유 등 국제 식용유 가격이 들썩이면서 국내에서도 소비자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제공하는 참가격 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오뚜기 콩기름(900㎖)과 해표 식용유(900㎖)의 가격은 각각 4916원, 4477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두 제품의 가격은 각각 3735원, 4150원이었다.
소비자들은 식용유 가격 상승이 당혹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제품 하나하나의 가격과 용량을 비교하고자 가격표를 꼼꼼히 살피는 분위기였다.
15일 서울 노원구 한 마트에서 만난 50대 주부 B씨는 "생각보다 값이 더 올라서 놀랐다"면서도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소문이 많아서 일단은 좀 넉넉하게 사뒀다"라고 말했다.
60대 주부 C씨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며 "전보다 (가격이) 세 배는 오른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둘까 했는데 너무 비싸서 일단은 (값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부 대형마트는 사재기 등을 방지하고자 소비자 1명당 구매 가능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는 일부 식용유 제품의 구매 개수를 '품목당 1인당 2개' 등으로 제한했고, 편의점 GS25도 일부 식용유 제품의 발주 개수를 점포당 4개로 제한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러한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슈퍼마켓 계산원은 "당분간 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체감상 2주 전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더 오를 것 같다. 아마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야 가격 안정세를 찾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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